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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 시대의 종말?

관리자
2024-03-31
조회수 7


AI가 바꿔놓을 미래의 인재상


난 대학시절을 정말 즐겁게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대학원이 아닌 대학교를 4년 더 다니고 싶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공학점을 이수한 후부터는 정말 다양한 학과의 수업을 들었고, 다양한 영역에서 나를 시험하고 탐색하는 행위가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열심히 놀기’를 실행하는 나의 방법이었다. 

그때 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패션디자인이었다. 패션에는 늘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디자인에 관련된 일을 하지는 않지만 여러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일하는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2D 패션디자인에서는 옷을 만들기 위한 모양과 조각을 종이와 옷감에 먼저 그리는 패턴 만들기, 그리고 옷감 자체를 디자인하는 텍스타일 디자인이 핵심이었다. 3D 패션디자인에서는 앞서 2D에서 준비한 패턴과 옷감으로 입체 형태의 옷으로 만들어내는 재봉질이 있다. 



Image: Nino Via Fashion Premiere Academy



산업혁명 이전까지 최소 수 천년 동안은 옷의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은 옷감이었다. 옷을 만드는 데 있어 얼마나 양질의 실을 양털이나 누에에서 뽑아내고 이를 촘촘하고 균일하게 직조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작업자의 기술과 경험이 중요한 일이다 보니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 혹은 작업속도에 있어 병목은 옷감 만드는 단계에 있었다. 



최상급 캐시미어로 유명한 Loro Piana



AI 혁명의 태동을 초반에 감지하고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한 NVIDIA CEO Jensen Huang의 최근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불과 몇 달 전 OpenAI CEO Sam Altman은 코딩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고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 대조되는 의견이다.



TechRadar 기사



Huang의 논리는 AI가 코딩언어를 인간의 자연어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컴퓨터와 직접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컴퓨터에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지에 대한 비전을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패션디자인으로 치면 코딩은 옷감을 디자인하고, 패턴을 그리고, 바느질이나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AI는 내가 옷의 실루엣, 질감, 색상 등을 말로 설명하면 내 의도를 해석해서 디자인은 물론 실제 옷으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사실 패션업계는 AI의 도움 없이도 반쯤은 이미 그렇게 변해있다.

예를 들면, 패션에 관심과 취미는 있었지만 전공자나 전형적인 패션 커리어 패스를 밟은 케이스는 아니었던 Kanye West와 그의 친구/동료 Virgil Abloh는 Fendi, Louis Vuitton, Gap, Adidas에서 비전을 인정받아 협업을 하고, 각각 자신들의 브랜드 Yeezy와 Pyrex/Off-White를 만들어 보수적인 패션업계를 뒤집어 놓는다. 

이후 Abloh는 지병으로 급사하기 전까지 LV의 남성의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고, 그 자리는 가수/프로듀서이자 Abloh나 West만큼 스트리트 패션에서 다양한 시도와 사업을 해왔던 Pharrell Williams에게 넘어간다. 



Abloh, West, Williams


이런 흐름은 패션뿐 아니라 IT나 비즈니스로 점점 스며들어 나중에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건축, 엔지니어링, 의료까지도 넘어올 것이라고도 예측할 수 있다. 

한 분야만 오랫동안 공부한 전문가뿐 아니라, 신선한 관점이나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존 지식과 결과물을 활용하여 ‘거인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는’ 시대가 AI 덕분에 곧 올 것 같다.

패션 디자인을 하려면 옷감을 직접 직조할 줄 몰라도 되는 것처럼, 패턴을 만들거나 재봉질을 직접 하지 못해도 괜찮은 것처럼. 


2024년 3월 31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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